딱 오늘 본 영화다...
그래서 아직 후유증이 크다..
건축학개론에서 이제훈한테 반해서... 이것저것 검색해보니,
작년에 신인상을 아예 휩쓸었더라. (작년엔 한국영화/책은 물론이고 tv조차 안봐서 몰랐다 ㅠㅠ)
그중에 고지전으로 받은 것도 있지만 대종영화제랑 백상예술제였나 . 큼직한 곳 두곳에서는 이 파수꾼으로 받았단다.
대종상에서는 고지전/파수꾼 둘다 후보로 오른상태에서 파수꾼으로 수상.
건축학개론보면서... 거의 서른살 배우가 대학생으로 나왔네 이런생각했었는데
파수꾼에서는 고딩이다;;
고딩같이 꾸며놓으면 한없이 고딩같으면서도.... 성인으로 꾸며놓으면 성인같을것 같은...
다양한 이미지와 목소리를 가진 배우... (또 영화얘기하다가 이제훈 얘기만 하고있네)
대종상을 받을때 "앞으로 연기를 오랫동안 하고싶은데... "라는 말이 와닿았는데
알고보니 고려대까지 입학했다가 한예종으로 옮겼더라.
거기에 이미 수많은 영화/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도 많이 했었고...
파수꾼.
좀 어두운 영화같아서 볼까말까 고민했는데 평점이 9점이 넘어간다.
어떻게 이런 어두운 영화가 ... 그리고 그닥 흥행한 영화도 아닌데 평점이 그럴까. 궁금했다.
독립영화중에 최고라는 찬사가 쏟아지는 영화.
시놉시스에는 뭔가 미스테리물처럼 써놨지만, 사실은 고딩들의 성장이야기.. 정도...
엄마도 없고, 아빠마저도 가끔 보면 인사할정도라... 그 가족관계에서 오는 쓸쓸함을 누구보다도 크게 느끼는 기태.
다른아이들이 가족얘기하면 할얘기가 없고, 심지어 그걸 친구들이 눈치까지 챘다.
다시보니 베키가 배려한게 아니고, 일부러 가족얘기 꺼낸것 같다. 기태한테 상처주려고..
고등학생이 되고 짱이 되고나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그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한 기태.
그러나 거기서 오는 그의 습관화된 행동들이 결국 한 친구에게 상처를 크게 주고,
그 상처로 인해 그 둘의 우정은 다시 되돌리지 못하게 된다....
기태는 나름의 방법으로 사과를 시도하지만, 사과를 받아주지않자 화를 내고 욕을 하고.
몇번에 걸쳐 반복되는 이 사과와 외면의 과정에서 ... 결국 그 친구 베키도, 기태도 너무나 큰 상처를 입게된다.
"니가 나를 한번이라도 친구로 생각해본적있냐고. 애들이 다 니 꼬봉인줄 아냐. 다들 너랑 있으면 학교생활 편하니까 그러고 있는거지 너 친구로 생각하는 사람은 단하나도 없을꺼다" 라며... 기태에게 독이되는 말을 잔뜩 뿜어내고는 베키는 전학을 가버린다.
기태는, 베키가 좋아하는 여자친구의 고백도 뿌리칠정도로 사실은 베키를 정말 친구라고 생각하며 좋아하고 있었는데...
애지중지 아끼던 야구공마저 마지막 선물로 줄만큼 좋아했는데... 베키는 끝내 외면하고, 그둘의 관계는 종료된다.
이후,... 그 둘의 틀어진 사이가 온전히 기태때문이라고만 생각하며, 친구에게 폭력까지 행사한 기태를 구석으로 몰아붙이는 동윤이... 그 둘사이에도 조금씩의 간극이 생기는 가운데, 결국 오해로 인해 동윤과 기태마저도 몸싸움을 하게된다.
동윤이를 찾아가 화해를 청하며 ... 사정을 해보지만, 동윤이 마저도 차갑게 기태를 외면한다.
베키보다도 더 잔인한 말로.... 기태를 내치는 동윤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건지, 자기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사정하며 묻는 기태에게...
동윤이는 "처음부터 너만 없었으면 돼.."라며, 니 옆에서 친구인척 하느라 역겨웠다는 독설을 늘어놓는다...
기태는 ... (영화상에는 나오지않았지만) 결국 자살을 택했고....
다른 친구들은 모두 그런 기태를 잊고 그대로 살아간다. 베키마저 별로 느낌도 없는듯... (차가운놈 ㅠㅠ)
동윤이만이.... 기태의 그 외롭고 쓸쓸했던 마음을 회상하며..."친구야..."라는 말로 기태를 웃으며 떠나갈수 있게해준다.
(물론 홀로 회상하느거라 기태가 웃는거는 그냥 내 동윤이의, 관객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엔딩일뿐이다)
[두번째 관람후 영화에 대한 해석이 조금 바뀌었다. 아래 보라색 글은 덧붙이는 글]
베키가 기태와 어긋나기 시작한 시점이,
베키가 좋아하는 보경이가 기태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어느정도 베키가 눈치채고난 이후부터이다.
기태는 일부러 계속해서 외면하고 거절하고 있지만 그러한 사실을 알리없는 (혹은 알면서도 그저 화가날뿐인) 베키는
슬슬 기태에게 삐뚫게 대하기 시작한다. 늘 주고받던 대화와 행동이었지만 베키는 짜증을 내기 시작하고 삐지기 시작한다.
"내가 니 꼬봉인줄 아냐 왜 그런식으로 명령조로 얘기하냐" 라며 오히려 기태의 가장 약점을 자신의 무기삼아 기태를 공격한다.
그럴때마다 기태는 미안해하며 장난이라고 하지만 베키는 더욱 더 삐뚫게 대한다.
어느날은 일부러 친구들 모인자리에서 가족얘기를 꺼낸 후,
기태가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자 다른 친구들과 눈빛으로 이상한 신호를 주고받는다.
여기가 나는 굉장히 명장면이라고 생각하는데 (나에게는)
순간 그걸 느낀 기태... 아직까지는 친구들앞에서 공개적으로 베키에게 화를 내거나 하진 않는다.
갑자기 어리둥절해하다가 "아... 갑자기 배가아프다"며 화장실가는척 다른 친구를 불러내 방금 베키와 눈빛으로 주고받은 의미가 뭐냐며 사실확인을 한다. 기태가 없을때 "기태는 부모님얘기만 나오면 할말없어서 다른 얘기로 화제를 돌린다"며 이미 베키가 친구들한테 흉을 본후 (흉아닌 흉이지만 기태에겐 가장 맘아픈 약점중 하나) 일부러 친구들앞에서 그렇게 기태를 망신준거다. 그리고 은근 친구들앞에서 기태를 좀 우습게 만들고싶어한다. (기태가 중딩들하고 붙을뻔했다는 얘기를 하다가 중간에 그만둘때도 "맞은거 아니야?"라는 이야기를 친구들앞에서 하면서 비웃는것도 베키이다)
첫번째 영화볼때는 이부분을 정확히 이해를 못했는데... 두번째 영화를 보니 삐뚫어진 베키가 보였다.
그래도 아직까지 기태는 베키에게 대놓고 화를 내진 않는다. 집에가는 길 베키를 붙잡고 나는 가족얘기할얘기가 없다며 자존심을 누른채 가슴아픈 이야기를 꺼낸다 (이게 나에겐 두번째 명장면) 왜 갑자기 기태가 이런 얘길 하는지 모르는 동윤이에게 베키는 "쟤가 왜 저런 얘길 하는지 모르겠다"며 철저히 외면하는 베키.
그러고보면 베키가 가장 많이 볼수있는 보편적인 인간의 한 모습이다..... 딱히 못되지도 않았고 예의없지도 않은 모범생인데, 남의 약점을 후벼팔줄 아는 나약한 인간상... 겉으러볼땐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착한 모범생놈.
이후에도 계속되는 베키의 삐짐과 비아냥거림, 무관심이 이어지고...
어느새 의도적임을 알아버린 (혹은 더이상 참지못하고 폭팔해버린) 기태의 폭언이 시작된다.
그렇게 둘사이엔 더이상 돌아올수 없는 강이 놓여지게 된다.
네이버지식인에 누군가가 과연 이 파수꾼이란 제목에 맞춰 이들이 각각 지키고자 했던게 무엇이었을까? 라는 질문이 있더라.
나도 처음엔 그랬고 많은 사람들이 해석하듯... 기태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친구들에게 막대했다는 입장이었지만,
두번 반복해서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오히려 가장 자존심을 지키고자 했던건 베키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여자애가 자기가 아닌 기태를 선택했지만, 그것때문에 화가난게 아니라는 듯 기태의 언행에 꼬투리를 잡아 기태를 공격했고, 기태에게 당한 폭행에 대한 복수로 전학을 결심하며, 그동안도 한번도 친구로 생각한적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거라며 기태와의 우정을 깨끗하게 지워버리는. 기태가 죽고나서도 나는 전학간 이후의 일이니 전혀 나랑은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딱잘라말한다. 친구들에게도 기태아버지에게도.
그리고 가장 우정을 지키고자, 친구들을 지키고자 했던게 기태였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두번째 보고나니 기태가 더 불쌍해졌다....
감독이 일부러 월미도씬을 영화끝난후에 보충촬영식으로 촬영했다고한다. 배우들이 너무 감정적인 소모가 많아 일부러 마지막에 가장 행복했던 씬을 넣었다고. 겨우 관객일 뿐인 나조차도 영화를 보고나서 인간관계에서 오는 날카로운 상처들에서 헤어나오기가 힘든데 배우들은 오죽할까 싶다. 우울한 영화를 연속으로 찍다가 자살을 선택한 배우 이은주처럼 말이다... 그런의미에서 감독이 일부러 그렇게 촬영순서를 의도했다고 하니 그 배려에 내가 위로받는 중이다...
정말 곱씹어 볼수록 좋은영화. 가끔 한번씩 봐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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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보충.. ]
위에는 기태가 잘못했네 베키가 잘못했네 누가 먼저 잘못했네 이런얘길 줄줄이 적어놨는데...
사실 이 영화에서는... 누가 더 많이 . 누가 더 많이 잘못을 했느냐가 중요한게 아니고...
그냥 각자 자신이할수있는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자신이 받은 상처만큼 상대에게 주려했다는게... 중요한것 같다..
한참 친구들사이에서 나를 확인하고자 하는 그 어린 아이들이 .. 그것으로 웃고 울던 아이들 사이에서...
생긴 일들... 아마도 기태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기때문에 더 맘이 아픈거겠지만, (그리고 연기를 넘 잘했잖아 ㅠㅠ)
뒤돌아서 우리 스스로에게도 다독거리고 싶은 기억들이 떠올라서 더 맘이 아린것도 있을것 같다..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였던.... 나 역시 누군가에게 누군가로 인해.. 그랬던 미숙했던 때가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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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평을 보니 "잘생긴 류승범"이란다 ㅋㅋㅋㅋ
그러고보니 류승범이 이런류의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데뷔를 했었더랬지.
뭔내용인지도 모르고 우르르 단체관람했다가 다같이 기분더러워져서 나왔던 영화. 그때 후배한명은 오바이트까지 할뻔했던...
It is the end라는 삽입곡만이 지금까지 심금을 울리며 그 영화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그당시 영화는 ㅠㅠ
그런데 막상 기태를 그때의 그 잘생긴류승범이라고하고나서 보니..
내가 이런류의 영화를 이해하게되는것이 나이를 먹어서인가 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 다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본다면? ...
류승범의 데뷔작이자 류승완의 데뷔작인데, 그당시 이 영화도 독립영화중 평이 참 좋았던 기억은 난다.
20살의 나는 그저 양아치새끼들의 조잡한 싸움영화이야기일뿐이라 재미도 없었고 잔인하기만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어른이되어(?) 고등학생들의 그 방황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그때의 그 서툼이... 그 방황이.. 그 작은 자존심들이.. 그들의 작은 웅크린 상처들이..
그렇게 그들을 내몰수도 있었겠따 싶은 이해가 든다...
그 서툼이 이해되므로 더욱안타깝고 아련하기만 하다...
영화속 기태는...친구들과 놀때 한없이 해맑고,
순간적으로 욱했다가도 바로 진지하게 사과를 하기도 하고, 사과를 하다가도 또 욱하기도 하고,
욱하는 모습마저도 다양했다... 짱으로 친구들에게 욕하고 폭력을 행사할때는 카리스마가 장난아니고,
같이 몰려다니는 친구들한테는 자존심상해서 못하는 이야기도 베키와 동윤이에게는 털어놓을줄안다.
표정의 변화도 다양하고.... 정말 이 영화도 건축학개론처럼... 영화속 기태연기보느라 시간이 다 갔다.;
이 어린 기태가 너무 가여워서 오늘밤 잠자기 힘들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