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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영화

2011.10.29 사랑한다, 사랑하지않는다 (Come rain, come shine)

소박담박 2011. 10. 30. 00:18


보면서 & 보고난 직후엔 욕나오는 영화.
하지만 곱씹어 볼수록 좋은 영화.
아주 극찬하기는 힘들지만 내게는 좋았던 영화다.

여자정혜, 그리고 멋진하루의 이윤기 감독 작품이라고 해서 기대했고,
현빈 임수정 조화를 기대했다. 게다가 결혼한지 5년차 되는 어느 부부의 권태기 ?

결혼한지 5년이 되었고 애기는 없는 어느 부부. 누구보다 짝짝꿍 잘 맞았던 그들이지만 더이상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여기는것 같다. 게다가 여자에겐 또다른 남자가 생기기까지 했고 남자또한 이를 이미 어느정도 눈치 챘지만 집착하지 않았던것 같은 설정.. 왜 5년차 애기없는 부부에겐 정체기가 생긴다고들 생각할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이해가 간다. 그리고 문득 .. 내가 그렇게 애기문제에 집착해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자 했던 노력이 아무생각이 없어서 그랬었던거라고 자책했었던 내 문제가.. 지치고 싶지않았다고 그것으로 인해 둘만의 관계를 망치고 싶지않아서였다고 자위하고 싶어졌다. 실제로도 그러했기에 내겐 아직도 둘만의 관계가 더할나위 없이 행복하다고 믿고 말이다... 어쨌든 약간의 사적인 공감대가 섞여서 더 와닿았던 영화다.

대충 줄거리를 알았어서, 그리고 감독 스타일도 알았어서... 무지무지 지루하게 영화가 흘러가지만 그들의 감정에 이입하기 위해 노력했다. 생각보다 힘들었다만.... 어찌나 지루하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대화들로.... 쓸데없이 디테일한 장면들까지 보여주면서... 신랑말대로 "현빈이 한땀한땀 양파까는것 까지 보여주며" ..

그러다 다 보고난 이후에는 ... 그런 결론이 들었다.

그들은 정말로 지루하기 짝이 없는 부부였던거다... 너무 나이스하고 쿨하고 서로 화낼줄 모르고 살아서 (약간의 짜증을 내고는 바로 '나 화낸거 아니다'라고 변명하는 와이프) 어느순간 서로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지 느끼지 못할정도로 .. 서로 무심하진 않지만 너무 평범한 일상.. 재미없는것도 아니지만 그저 하루하루 흘러가는 일상...

그러나 짐을 싸기 시작하면서... 같이 파스타를 만들어 친구들을 초대했던 추억들, 늘 만들어주던 남편의 커피가 너무 맛있었다는 사실, 고양이와 남편이 동시에 젖었을때 당연히 남편을 먼저 챙기는 와이프, 과거 신랑이 만들어주었던 강아지 목각인형이 사실 굉장히 귀여웠다는 사실... 여러가지 상황들이 나온다. 아주 소소하게....

더이상 서로에게 화내지도 않는... 이미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들...
그러나 뒤돌아 보니 그들은 하루하루 사랑하며 살았던 거다.

이상은의 언젠가는 가사내용이 떠오른다.
"우린 젊고 사랑을 했구나.. "
그당시엔 몰랐지만.. 돌아보면 우린 그랬었던.. 그리고 지금도 그러한...

남편이 화낼만한 일에도 "괜찮아. 난 괜찮아"를 입에 달고 사는게 이해가지않고 짜증났던 와이프.
하지만 결국 그녀 스스로 "괜찮아... 다 괜찮을꺼야... 모든게 다 괜찮아질꺼야.."라며 고양이를 위로하는듯.. 본인을 위로하며 세뇌하고 있을때, 그녀도 알수 있었을거다. 남편은.. .그동안 정말 괜찮아서가 아니고 스스로 최면을 걸고 있었다는 걸..

결국 영화가 아주 허망하게 끝나면서 극장안이 술렁술렁댔지만.!
그 뒤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를 상상해보면, 여운이 깊어지는 영화.
너무나 당연히 '딴남자까지 생겼는데 돌이킬수 있겠어?'라고만 생각했던 단순한 내게,
영화를 곱씹어 보니 그들은 다시 사랑할수도, 아니 그들은 다시 상황을 받아들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이미 사랑하고 있었다고 난 믿는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Come rain, come shine...

지루하기 짝이 없는 영화였지만... 좋았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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